누구든 떠날 때에는
한 여름에 모아 둔 조개 껍데기가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다 속에 따르고
빵은 어족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 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 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그 때가 언제 인지,
묻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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