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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삼십세 - 잉게보르크 바흐만

 

 

 

 

                                                               “내 그대에게 말하노니 일어서서 걸으라. 그대의 뼈는 결코 부러지지 않았으니.”

삼십세,
어둡고 우울한 인생의 한 때.

삼삽세,  어둡고 막막한 삼십세를 지나 온 사람들은 많은 것을 공감할 것이다.

더 이상 젊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절규 뿐이었음을.

그 막막함을 지나온 사람들은 이 책을 들게 될 것이다.

난 전혜린과 울프 다음으로 이 여자를 존경해마지 않는다.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난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때는 대충대충 읽어넘겼던가, 아니면 잘못 이해한 덕인지, 삼십세가 각인되어서인지 모르지만 난 바흐만이 거리에서 30세를 못넘기고 사망했다고 생각했다. 

또 이 책을 또 헐렁헐렁 읽으면서...... 아닌데,

바흐만은 화상으로 사망했는데,

소설은 주인공이 29살이었던 때부터 서른이 된 그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이나 줄거리는 자유로이 창작된 것이다. 현존 인물이나 고인과 유사성이 있다면 모두 우연이다."라고 못 박아두지만 그녀는 남성적 자아를 자신의 여성적 자아와 함께 자신의 존재로 믿었다고 생각한다.

살고, 사랑하고, 상처받으면서 자신이 종속된 여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살게되는 혼돈.

그녀는 그 삶을 바로 글에 바치치 않았다. 남성적 화자에게서 묻어나오는 글에는 자신과 자신이 보아온 세상의 특성들이 다른 형태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자신에게 준 상처를 가장 아파하고 그 아픔때문에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았던 여자.

무력감에 일그러지고, 추락하고 아파하면서 그녀가 말한다.

사랑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다.

 

 

음울한 것을 말하다

나는 오르페우스처럼
삶의 현弦에서 죽음을 연주한다.
대지가 아름답고
천국을 관리하는 당신의 눈이 아름다워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음울한 것뿐.
당신의 잠자리가 아직도 이슬로 젖어 있었고
당신의 가슴 곁에선 카네이션이 잠들고 있었오.
잊지 마오, 그날  아침 갑자기
당신 역시 보았음을
당신 곁을 지나 흘렀던
거무스런 강물을.

침묵의 현을
피의 물결 위에 매어놓고,
나는 소리 나는 당신의 가슴을 뜯었다.
당신의 곱슬머리는 변해서
실체 없는, 밤의 머리칼이 되어버렸고,
어둠의 검은 눈송이들이
당신의 얼굴을 덮었다.

하여 나는 당신의 것이 아닌 것을.
이제 우리는 둘 다 탄식만 할 뿐.

하지만 나는 오르페우스처럼
죽음의 편에 서서도 삶을 안다.
영원히 감겨진 당신의 눈이
나를 향해 푸르러진다.

 

 

 

 

작가 소개현대의 대표적 여류 지성으로 손꼽히는 소설가,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
  • 1926년 오스트리아 남부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나 인스부르크, 그라츠, 빈 대학에서 법률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무 살 때부터 오스트리아의 여러 신문과 잡지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스물 네 살 때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3년 <47그룹>을 통해 문단에 데뷔, 서정시인이자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게오르크 뷔히너상, 브레멘 시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삼십세>, <말리나>, <유예된 시간>, <대웅좌의 부름>, <만하탄의 선신> 등이 있다. 1973년 9월 26일 로마에 있는 그녀의 집에 화재가 발생, 중화상을 입었고 10월 17일 병원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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