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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 이영남

                

 

 

       

              

 

 

타자의 사유를 펼친 세계적인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의 텍스트에서 역사를 읽는 문법을 찾는 책이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했고 현재 국가기록원에서 학예연구관으로 일하는 저자는 ‘임상역사가 워크숍’을 진행하며 ‘개인이 모두 역사가’라는 푸코의 역사 문법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푸코는 니체처럼 거의 모든 방면에 걸쳐 선용(善用)되고 있어 단순히 철학자로 부르기도 어렵다. 푸코의 동료인 들뢰즈는 푸코를 고고학자 - 아키비스트(archivist·기록보관인 또는 기록분류자)로 표현한 적이 있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죽는 순간까지 기록의 숲을 헤매며 현대 세계의 무의식적 퇴적층에 역사적 질서를 부여한 푸코에게 썩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푸코의 삶을 지배한 것은 동성애였다. 동성애자로서 애환을 빼고 그의 실존적 삶과 타자의 사유를 말하기는 어렵다. 결국 에이즈로 죽은 푸코는 동성애가 용인되지 않는 시공간에서 낯선 경험으로 점철된 ‘타자의 길’을 걸으면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지독하게 공부에 몰두했다. 저자는 “타자의 역사는 푸코가 광인이라는 타자와 엮이면서, 또한 범죄자와 동성애자 등의 타자와 엮이면서 형성된 역사”라고 말한다.

푸코의 스승은 니체였다. 어쩌면 니체가 “학자들이 제발 연구 좀 해달라”고 했던 부분을 푸코는 파고들었다.

푸코는 “니체는 내게 일종의 계시였다. 나는 지금까지 교육 받아온 것과는 전적으로 다른 누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푸코는 유럽 근대화를 연구하면서 억압되고 강요된 침묵을 만나게 된다. 기존의 역사는 무엇을 이룩한 사람들에 의해 말해진 것, 기록된 것,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것, 즉 이성의 언어로 서술하는 것이었다. 기록되지 않고 이룩된 것이 없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역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곧 ‘비정상’이란 이름으로 타자의 역사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그가 고고학적 접근법으로 역사의 세부적인 것에 파고든 것은 그 속에 숨겨진 의미 때문이 아니라 세부적인 것을 장악하려는 권력의 양태를 보고자 함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푸코의 역사 읽기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푸코와 한국 현대사의 만남을 시도한다. 물론 최근 우리 역사학자들도 ‘미시사’로 상징되는 푸코의 역사 문법을 실천하고 있다. 책은 지금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는 ‘효율’이란 것의 계보와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한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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