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밖의 공기를 떨리게 하는 한숨들
-단테, (신곡 지옥편)-
변호사 갈립의 아름다운 아내 뤼야(터키어로 꿈)와 그녀의 의붓오빠이며 유명한 칼럼리스트인 제랄이 사라졌다. 갈립은 둘의 애정행각을 추적한다, 추적하는 과정에서 제랄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는 것을 알고 자신이 제랄이되어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언제나 선망했던 제랄의 글을 쓰면서 제랄의 고통과 외로움에 직면하면서 자신을 제랄화한다. 그러다 제랄과 뤼야의 비참한 죽음을 만나고 자신이 찾았던것이 뤼야가 찾으려하고,제랄이 찾으려했던것이 아닌가를 느낀다. 갈립이 제랄의 흔적을 좇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스탄불의 역사와 신화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홀 수 장은 갈립이 뤼야와 제랄을 찾는 여정으로 짝수 장은 제랄의 칼럼으로 전개된다. 느린 전개와 뜬금없이 다른 칼럼들이 쉽게 읽혀지지가 않았다. 나의 단순한 책읽기 때문이겠지만 "내이름 빨강"에서 보여주었던 치밀한 밀도로 빠르게 따라가게하던 소설이 아니었다. 물론 작가의 의도에 의해 교묘한 플룻 장치를 하고 관심이 제랄과 뤼야가 사라진 이유와 행방을 추적하는 것에서 사라진 제랄이 칼럼작가라는 점으로 터키의 잊혀진 과거와 현재의 이스탄불을 그려 놓았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 내가 만났던 터키와 보스포루스를 연상하면서 더 땡기겠구나 생각했다. 각별하다고 생각드는것은 몇년 전 수술을 하려고 마취를 하는데 마치 술먹은 사람처럼 붕붕뜨는 기분만 들었다. 마취를 하고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자 의사선생님께서 지금 뭐가 보이세요? 했는지 뭐가 생각나세요 했는지는 모르지만 제 정신 아닌상태에서 난 보스포루스 해협이라고 했다. 그 상황에서 그 곳에 있다고 생각 한거라면 나도 터키라는 나라가, 보스포루가 각인되어있다고 생각했다. 눈이 밝은 독자만이 즐거운 독서여행을 한다는데 1권을 읽고도 내 상상은 문어 발이었다. 물론 한 자리에서 가만히 몰두하지 않은 이유도 있겟지만. 암튼 동 서양의 기법을 적용했다는 "검은 책"은 작가의 너무 큰 실험정신과 독창적인 착상이 추리소설의 단서를 도무지 찾을 수 없게했다. 물론 간간이 잡은 고리를 가지고 혼자서 고리에 고리를 갔다대고 하다가 2권 중반쯤에서야 갈립의 이야기와 제랄의 칼럼이 각각 고리를 형성하며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을 다 읽어버려 허무했다. 소설 중반부에 갈립이 숭배했던 아내 뤼야의 의봇오빠인 제랄을 대신해 그의 칼럼을 쓰기 시작하며 점점 제랄화 돼어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는 소망이 가져온 갈등이 "자아 완성으로 , 다른 사람이 되는 것으로 해소된것이라고 한다. |
제랄의 흔적을 찾아가며 제랄이 되어가는 갈립의 모습, 그리고 서양문화의 유입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이스탄불의 모습. 또 제랄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편집적인 독자와 칼립이 독자와의 독백속에서, 또한 사라진 아내의 물건을 보면서 느끼는 나라는 자아. "과거는 잠처럼 매력적이었다. " 멋지다고 생각한다.
2권 291쪽에 그가 똑바로 말하고있다. 이어지는 페이지들은, 검은 페이지들은 몽유병 환자의 기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나에게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르한 파묵은 정말 터키를 사랑하는 작가이며 문명간의 충돌과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를 이해시키고 싶어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르한은 자신은 천부적 작가가 아닌 철저한 학습형 작가라 하지만 그는 천부적인 작가이면서 철저하게 학습하고 노력하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손님들이 옷이 아니라 실은 환상을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진짜 사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옷을 입은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자 하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1권, 95쪽)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삶이 다른 누군가의 꿈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야. (1권, 121쪽)
나의 인생은 진짜가 아니라 모방일 뿐이야. 모든 모방자들처럼 부끄러워해야 하고, 슬퍼해야 하고, 가련하게 여겨야 할 일이지. 그 당시에는, 이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로지 '진짜 나 자신'을 더 많이 모방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어. (1권, 289쪽)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나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들을 개의치 않고, 그들의 소리, 그들의 냄새, 그들의 욕구, 그들의 사랑, 그들의 증오를 개의치 않고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나는,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해. 왜냐하면 나 자신이 되지 못하면 그들이 원하는 내가 될 것이고, 나는 그들이 원하는 그런 사람은 견뎌낼 수 없으며 그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느니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으니까. 차라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1권, 258쪽)
우리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이 아니야. 우리들 그 누구도 우리 자신이 될 수 없어. (2권, 251쪽)
그들의 슬픈 그러나 두려운 표정은 "나는 여기 없습니다. 어차피 나는 다른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2권,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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