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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욕망의 모색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 이기철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 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힘으로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을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위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사진 001_11955995433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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