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책을 본듯하다.
침묵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저자가 말했듯이
책을 펴놓고 있는 순간 나는 절대적인 침묵 속에 빠져 완전히 혼자가 되어 있었다.
망각인 동시에 프시케의 한없는 심연 속에서의 표류로 이루어진 은총의 시간, 휴식과 재창조,
마음의 반사되는 꿈, 관심과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가지 층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
다향적인 담론, 글을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결코 같은 세계에 있을 수 없는데도 가능해지는
이상한 상호삼투의 장소, 변화와 생성이 교차하는 라인들...... 속에서
침묵은 감각이고 지각이고 교환이며 내면적이지만 동시에 촉각적이며 의사소통의 길이며
침묵은 경청과 발언의 삼투이며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은 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전혀 다른 것을 달리 말하는 것이다.
죽음이 삶에 형태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삶을 매듭지어 완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침묵은 언어와
의식의 궁극적 귀결이 되며
말하는 것, 글을 쓰는 것, 우리가 아는 모든 것 그것이 진정 침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복종의 태도 속에는 언제나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과 결합된 경계와 층이 깔려있는 법이며
복종과 반항 그 어느 쪽도 창조적인 태도가 아니며 어느 경우도 자신을 받아들이질 못한다는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알았다. 내가 침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섯권의 책을 사기위해 서점을 가야하고.......그리고
오늘도 난 내 혀가 두렵기도 하지만 방어와 공격의 무기인 침묵도 무섭다.
그리하여 캔맥주를 따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수도원 유리장 안에 펼쳐진 글귀
"불에 덴 상처는 아물지만 말로 인하여 입은 상처는 영혼 속에서 치유되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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