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모든곳을 통과하며,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걷기는 축제와 가장행렬, 성스러운 순례와 탐험, 평화 행진과 혁명을 만든다.
연인들은 저녁을, 거리를, 세계를 걸으면서 한 쌍이 된다.
걷기의 역사는 키에르케고르와 철학자의 길, 소로의 명상과 오솔길,
산책로와 골목으로 이어져 거리의 여인들과 예술가들,
도시의 고독한 방랑자들을 만나게 한다.
따라서 걷기의 역사는 예술과 철학, 축제와 혁명, 자연과 도시의 역사이다.
이 책은 러닝 머신 위를 달리는 현대인의 삶 속에
문화와 역사에 대한 흥미로운 탐험과 새로운 삶을 위한 명상의 길을 만들어
마음 깊은 곳으로 독자를 인도 한다.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공적 영역에 등장할 때. 문자 그대로나 관용적으로 사적 영역이 침해당하는 빈도수는 놀랄 만큼
높다. 영어에도 여성의 걷기를 성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와 숙어가 수두룩하다. 창녀를 표현하는 말에는
" 거리를 헤매는 사람" "거리의 여자""번화가의 여자"" 만인의 여자" 등이 있다.
기존의 성적 관행을 깨드린 여성은 떠돈다고 하거나, 배회한다고 하거나 방황한다고 하거나, 빗나갔다고
한다. 이러한 말들은 여성의 여행이 성적일 수 밖에 없음을, 그리고 여행하는 여상의 섹슈얼리티는 위반
을 수반하는 것임을 암시한다. 레슬리 스티븐의 남자 동료들은 자기네를 " 일요일의 떠돌이라고 불렀지
만, 만약 여자들이 자기네 모임을 그렇게 불렀다면, 그런 애칭은 그들이 일요일마다 산책을 다닌다는 것
을 암시했을 것이다. 또 여성의 걷기는 이동이 아닌 공연으로, 둘러보기 위한 걷기가 아닌 보여 주기 위
한 걷기로 해석될 때가 많으며, 이는 여성이 의도적으로 관심을 자기에게 쏠리게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성이 얼마나 에로틱하게 걸을 줄 아는가를 평가하는 글들 (속치마 밑으로 보이는 두 발/ 자그마한 쥐
처럼 가만히 들락 날락" 하는 17세기의 아가씨로부터 마릴린 먼로의 섹시한 걸음걸이까지)이나 여성에
게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글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여성이 어디를 걷는가에 대한 글은 별로 없다.
- 레베카 솔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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