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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 미학-김동규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멜랑콜리 미학’ (김동규 지음·문학동네 펴냄)

1935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라즐로에게는 아름다운 연인 일로나가 있다. 이들의 사랑에 작곡가 안드라스, 독일인 한스가 얽히며 네 남녀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1999) 서사의 중심 줄기다. 철학자 김동규씨의 ‘멜랑콜리 미학’은 이 연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랑하다 죽는’ 인간의 삶에서 예술과 철학의 의미를 발굴한다.

사랑과 죽음은 지은이에게 삶 그리고 예술과 철학의 관계를 추적하는데 중요한 논제다. 상사병에 걸려 괴로워하고 연인을 ‘천사’라 부르며 신격화하는 ‘글루미 선데이’의 남자들을 통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지 않기” 위해 찾은 길이 바로 사랑이라는 플라톤의 에로스론을 소개한다.

하나의 개체는 죽을 수밖에 없지만, 타자와의 합일을 통해 새로운 개체를 잉태하고 탄생시킴으로써 인간은 간접적으로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서로 다른 유전자의 창조적인 복합을 통해 인간은 불멸의 길로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끝없이 사랑에 집착하고 기다리며 꿈꾸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저자는 ‘글루미 선데이’에서 사랑을 위해 죽기보다 자긍심을 위해 죽는 안드라스와 타인보다 자신의 자유를 더 사랑하는 라즐로를 통해 서양문화에 뿌리 깊이 새겨진 자기 사랑의 한계를 밝힌다. 그러나 그들의 애인인 일로나의 ‘여성적 사랑’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일로나는 안드라스를 위해 혼자 있을 때만 노래한다는 약속을 깨트리고 라즐로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한스에게 몸을 허락한다. 사랑을 위해 자긍심도 목숨도 서슴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여성적 사랑’만이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일로나는 연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희생은 타인을 위한 자기 상실이다. 사랑을 통해 사람은 변한다. 애지중지했던 기존의 자기 모습을 주저 없이 버릴 수 있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힘이 사랑이다.”

삶이 죽음에, 사랑이 이별에 맞닿아 있다는 비극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멜랑콜리’라는 결정체를 얻어낸다. 또 예술과 철학이 어떻게 인간이 맞닥뜨린 슬픈 운명을 위무하는지 설명한다.

realpaper7@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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