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인 30대 노처녀인 주인공은 지독한 약의 부작용으로
얼굴은 헨델의 모습이고 온 몸은 피둥피둥 부어서 검은 항아리를 연상케하지만
유사시 음독을 하기 위한 독약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간첩마냥 책상 서랍 아래
칸에서 소주를 꺼내 홀짝이는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다.
비가 오는 날 관절염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그런 날이면 그녀는 관절염 환자들의 오아시스인
룹알할리 사막을 꿈 꾼다 .그 곳에 가서 잘 달구어진 모래에 누워 생선처럼 이쪽 저쪽 돌려가며
고인 물기를 말리고 싶어 한다. 어머니에 대한 환멸과 자신을 옭아매는 병마와 월급 중 삼분의
일을 바쳐야 하는 언니의 정신병 속에서 견디며 오이보다 더 딱딱한 건 썰 수 없는 그녀. 부은
발때문에 발 크기 보다 10미리 더 큰 신발을 신어야하는 그녀는 메마르고 지리멸렬하다.
인생이 너무 벅차도 소리치지 못하지만 그녀에겐 알라딘의 주문처럼룹알할리 사막을 꿈꾼다.
오래전 어머니가 흐르는 물 한가운데서 개의 배를 가르고, 남자의 아버지가 사우디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이의 엄마가 안드로메다를 떠나 올때부터 찿아온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먼 옛날, 지구상에 뼈룰 가진 몸이 처음 만들어지던 순간부터 참아온 울음을 오래오래 울고 택한 안드로메다 행으로의 아니 룹알할리 사막으로의 망명.
현실의 중압감에서 다른 세계로의 비상.
그것은
흰 목양말을 얌전히 접어 신은 채로 사촌 언니가 물속으로 걸어갔듯이 그녀는 지금 롭알할리 사막으로 떠나갔다. 자신의 몸에 구멍을 뚫어 모든 물기를 짜내고 싶어 했던 여자, 그 무거운 몸뚱이만큼이나 힘든 현실에서
세상이 너무 완벽하여 자신이 기어들 틈조차 없어 보여서 외롭기도 했다가 충만해져 물처럼 맑아지는 슬픔이 차올라 목이 메어 절망하다가 그녀는 떠났다.
안드로메다.
룹알할리 사막,
인간이 꿈꾸는 이상세계가 아닐까?
관절염 환자의 오아시스 룹알할리 사막을 검색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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