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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욕망의 모색

여름 - 신정남-

 

 


 

중앙시장의 여자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가고 있다. 어물전을 벗어나 상가 끝 백조 씽크대 매장에 검은 코팅이 벗겨진 창 사이로 가시광선같은 촉수가 스미는 해 거름이었다 재칼의 새끼처럼 잠자리만이 아늑한것인지 연신 하품을 하면서 기웃거리다 나는 저 침묵의 밀실, 그림자를 껴안고 힘을 풀지 않는 창속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정전이 되어 버린 망막의 아찔한 헛발길도 익숙하게, 수 만 마리의 벌레가 미로를 빠져 나올때까지, 거의 모든 포유류가 꿈을 꾸듯이, 사바나를 다녀오려고 망사 슬립 안을 투시해버렸다 사내는 투명의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재떨이 가득 젖은 꽁초를 쌓고 있다 따뜻한 실내, 결 좋은 원목 씽크대 위에 누웠다가 스텐레스 금속성에 놀라 책상 위 서너 살 되어 보이는 계집아이가 터질 듯 웃고 있는 유리 액자 앞으로 깨금발을 뛰는데 그도 나처럼 투시하고 있었던가

"급매"

내안이 흔들린다
압력을 견딜 수 없는 미선나무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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