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빨개지는 아이 - 장 자끄 상뻬
1982년 7월 10일에 세상에 나오고 내가 19일에 읽어버린 오렌지 표지의 꼬마 니꼴라를 찾기 시작했다.
그 때 그는 G 상빼로 만화처럼 그림을 넣은 어른들의 동화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해 니꼴라에 대한 독후감 공모를 한 기억이 있다.
꼬마 니꼴라와 좀머씨 이야기는 정말 특별히 애착이가고 언제 어디서 손에 들어도 감동을 주는 소중한 책이다.
어떤 내용일까라는 기대로 기다리던 책.
장 자끄 상뻬 ,너무도 따뜻하다. 그의 글과 그림은 위트와 재치가 넘쳐 흐른다.
이유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새빨개지는 꼬마는 이때문에 외톨이가 된다.
니꼴라 친구는 어디에서고 '아아츄'하고 재채기를 해대는 라토.
기대해도 좋아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있으면서 결코 지루해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 이 말이 난 참 좋다.
꼬마 마르슬랭 까이유는 다른 많은 아이들처럼 아주 행복한 아이로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마르슬랭은 어떤 이상한 병에걸려있었다.
그 아이는 그래, 혹은 아니, 라는 말 한마딜르 할 때에도 쉽게 얼굴이 빨개졌다. 물론 여러분은,
그 아이만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얼굴을 쉽게 붉힌다고 얘기 할 것 이다. 아이들이란 겁을 먹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개 얼굴이 빨개지게 마련이라고. 그런데 마르슬랭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는. 아무런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었다.
마르슬랭의 얼굴은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에 주로 빨개진다.
반대로 당연히 얼굴을 붉혀야 할 때에는 빨개지지 않았고.....
한마디로 마르슬랭 까이유는 꽤 복잡헌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들을, 아니 그보다는 항상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
물론 여러분들에게 , 어떤요정---숩속의 요정---이 마르슬랭의 병을 낮게 할 수 있는 초자연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거가, 또는 현대적인 대도시에 사는 어떤 솜씨좋은 의사가 이 희기한 병을 낮게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슬랭이 사는 동네에는 요정이 없었다. 게다가 현대적인 대도시에는 많은 의사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이 병을 치료해 줄 수 있을만큼 솜씨가 뛰어나지 못했다.
마르슬랭은 결국 계속 빨개지는 얼굴로 다녀야 했다.
물론 그가 정작 얼굴을 빨개져야 할떼를 빼놓고는......
(그의 다른 모든 친구들은 똑같은 일이 자기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어 얼굴이 빨개지지만,마르슬랭은 겉으로는 어던 동요도 없는 것 쳐럼 보인다.)
조금씩 마르슬랭은 외톨이가 되어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기마전 놀이나 기차놀이, 비행기 놀이, 잠수함놀이와
같은 아주 재밌는 놀이를 하며 뛰어다니는 그이 꼬마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자기 얼굴색깔에 대한 한마디씩 하는 것이 마르슬랭에게는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마르슬랭은 바닷가에서 보내는 여름 바캉스철을 항상 그리워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얼굴이 모두 함께 빨개졌고,
사람들은 빨개진 얼굴에 대해 만족하는 것쳐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 모든 사람들이 추위로 얼굴이 새파래지는 한겨울에,
혼자 계절에 맞지 않는 이상한 얼굴색을 하고 다니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르슬랭은 그렇게 까지 불행하지는 않았고,
단지 자신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를 궁금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이런 궁금증은 아주 오랬동안 그를 잠 못들 게 하곤 했다.
어느 날, 마르슬랭은 여느 때쳐럼 얼굴이 자주 빨개지면서 집에 돌아오다가
계단에서 재채기 소리 비슷한 것을 들었다.....
2층에 이르렀을 때, 마르슬랭은 그 소리를 또 들었고, 3층에서도 다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서, 마르슬랭은 한 꼬마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바로 그 아이가 그런 재채기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너 감기 걸렸니 하고 마르슬랭이 물어 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르네 라토였고, 마르슬랭의 새 이웃이었다.
꼬마 르네라토는 아주 매력적인 아이었고, 우아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훌륭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르네는 갓난아이 때부터 아주 희한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전혀 감기 기운이 없는데도 자꾸만 재채기를 하는 병이었다.
르네는 마르슬랭에게, 이 귀찮은 재채기가 자기의 인생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어느 날저녁엔가 브루시니 쉬르 오르즈 마을의 뵈봐르시부인 집에서 열린 매우 수준높은 음악회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과 함께 연주를 했을 때도 그는 재채기를 하지 않았던가) 이 일이 한때 사람들 사이에 얘깃거리가 된 적도 있었노라고 얘기했다.
그 후, 르네 라토는 혼자 강가를 산책할 때에만 겨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과 새들의 부드러운 지저귐만이 그의 깊은 고통을 위로해 주곤 하였다.
물론 여러분들에게, 착한 마음씨를 지닌 강의 요정이 나타나서 그의 병을 낮게 해주었다고는 얘기하지 안을 것이다. 그의 마을에는 착한 요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쁜 요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혹은 대도시에 사는 어떤 훌륭한 의사가 조그만 알약들로 그의 병을 완치시켯다고도 얘기 않겠다.
아니, 아무도 그의 병을 치료하지 못했다. 요정도, 훌륭한 의사도......
하지만 르네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다.
단지 코가 근질거렸을 뿐이고, 그것이 그를 자꾸 신경 쓰이게 할 뿐 이었다.
그런데 그는 우연히 마르슬랭의 얼굴이 빨게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오랬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 밤 두 꼬마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서로 만나게 된 것을 아주 기뻐했다.
그들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갔다.
르네는 마르슬랭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곤 하였다.
그리고 운동에 타고난 소질이있는 마르슬랭은, 운동선수가 실력을 쌓고
쉽게 좌절하지 않기 위해 몰라서는 안 될 몇 가지 기술들을 아낌없이 르네에게 가르쳐 주었다.
마르슬랭은 어디든 도착하기만 하면 르네가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다.
마찬가지로 꼬마 라토 역시 항상 꼬마 까이유를 찾았다.
그들은 목요일과 일요일만 되면, 하루 종일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그들은 함께 신나는 나날을 보냈다.
학예회가 있던 그날, 아마도 이 세상에 마르슬랭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 이다.
왜냐하면, 그의 친구가 멋지게 바이올린을 연주한 후 정말로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또 르네는 마르슬랭이 부드러운 어조로 또박또박 훌류하게 시를 읊어 내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터질 것 만 같은 기쁨을 느꼈다.
그들은 정말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짖궃은 장난을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르네가 홍달에 걸렸을 때, 마르슬랭은 그의 곁에 있어 주었다.
그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노랗게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마르슬랭이 홍여을 않았을 때, 르네 역시 이 병을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친구 곁에 있을 수 있었다.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그의 친구처럼 기침을 할 숳 있다는 것에 흡족해 했다.
그리고 르네 역시 햇볕을 몹시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 버린 것에 아주 행복해 한적이있다.
둘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그러나 (이 글자는 좀더 까만색이다. 왜냐하면, 이어질 이야기들은 조금 슬픈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르슬랭은 할아버지 댁에서 일주일 정도 방학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친구 르네의 집으로 뛰어 올랐다.
르네의 집 문 앞에는 그런데 이상한 지푸라기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문을 열어 주는 것 이었다.
그는 그릇들로 가득 찬 상자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감정이 복받쳐 올라 얼굴이 빨개졌다!
르네 가족은 이사를 가고 없었던 것이다.
마르슬랭은 정신이 나간 아이처럼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2층과 3층 사이 께단에서는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그리고는 엉엉 울며 집에 왔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부모들이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들은 항상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항상 시간에 쫓긴다.......
가족들은 오랫동안 르네가 남기고 간 편지와 주소를 찾아보았다.
시간은 흘러갔고, 마르슬랭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조립에 대단한 취미가 있으며, 또 무엇이든지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내는 쌍둥이 필리피르 형제,
끈임없이 말다툼을 하는 폴 발라푸르아와 그의 여동생 카트린,
운동을 좋아하고 몸집이 크며, 진한 우정을 가진 로베르와 프레데릭 라조니 형제,
그리고 정말웃기고, 뭐든지 잘하며,여우처럼 꾀가 많은 롤랑 브라코.
물론 로제 리보두도 빼놓을 수 없는데,
뷹은 머리에 안경을 끼고, 항상 주위가 산만한 아이었다.
마르슬랭은 리보두를 아주 좋아했는데, 이 아이는 너무 주위가 산만하여
항상 그를 웃겼기 때문이다.
마르슬랭은 르네 라토를 잊지 않았고, 자주 그를 생각했으며, 매번 그의 소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 시절엔 하루하루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흘러가 버린다.
한 달도 한 달도 마찬가지이고.....
한 해 한 해도 마찬가지이다.
마르슬랭은 나이를 먹어갔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붉혔다.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는 항상 조금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다녔다. 어느덧 어였한 어른이 되었지만 변함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비행기와,
엘리베이터도 타고다니는
그는 모든사람이 뛰어다니는 대도시에 살게되었고, 그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뛰어다녔다.
어느 날 그는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약속 시간 때문에 몹시 초조해 하고 있었는데,
9시 15분에는 라르슈 씨와, 9시 45분에는 푸르셰 씨, 10시 15분에는 리폴랭 씨, 10시 45분에는 배르니스 씨, 11시 15분에는 브라운스미스 씨 그리고 11시 45분에는 파르시팔 씨와 각각 약속이 있었다.
그는 감기에 걸린 불쌍한 한 남자가 끊임없이 기침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웃음을 터뜨렷다.
그는 감기 환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 글자가 왜 분홍색으로 씌어졌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는 바로 라토였다.
무척 노력해 보았지만, 두 친구가 느꼈던 기쁨을 여러분에게 설명하기란 내겐 도저히 역부족이다.
르네 라토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친구의 간청에 못 이겨, 르네는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르슬랭이, 세월이 아직 그의 타고난 운동 신경을 무디게 하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아예 달리기 경주까지 해보았다.
마르슬랭이 근소한 차이로 이기기는 했지만,
그들은 또 몇 가지 엉뚱한 놀이들에 열중했고, 쓸쓸히 지나갔던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멋진 하루를 보냈고 몇 가지 계획들도 세웠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떄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게다가 그들은 아주 자주 만난다.
마르슬랭은 어디든 도착하면,곧바로 르네가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마찬가지로, 르네 라토도 항상 마르슬랭 까이유를 찾았다.
그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영원히 성공할 것같지 않을(그리고 해롭지도 않을)사냥을 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있으면서 결코 지루해 하지 않으니까.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린 꼬마 마르슬랭 까이유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엮었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새빨개지는 꼬마는 이때문에 외톨이가 된다. 하지만 꼬마에게도 친구는 있다. 어디에서고 '아아츄'하고 재채기를 해대는 라토와의 만남은 우정으로 변하는데...
상뻬는 1932년 8월 17일 보르도에서 출생했다. 이제 전 세계의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그의 그림은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음악가들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그려 팔던 상뻬는 19세부터 만평을 그리기 시작하여 그의 그림을 실어 주는 신문사들을 전전하였으며, 1961년 첫 화집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내고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삽화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로 드노엘 출판사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많은 작품집을 출간하였다. 그는 <파리 마치>, <펀치>, <렉스프레스> 같은 주간지에 기고해 왔으며, 프랑스 작가로서는 드물게 미국에서도 열렬한 반응을 얻어 '뉴요커'와 '뉴욕 타임스'에도 기고하고 있다. 상뻬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푸근함을 느껴 쉽사리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흡인력을 가지는 그림을 그려낸다. 가냘픈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절대적인 고립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통해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표현한다. 그의 그림에는 숨 막힐 듯한 이 세상의 애처로운 희생자들이 맑고 진솔하며, 투명한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그런 그림들은 간결하고 위트가 넘치는 그의 글들과 함께 그의 화집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상뻬는 잘 알려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며, 그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속 깊은 이성 친구>,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등의 작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