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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김별아

Chez simo 2009. 11. 3. 18:27

 

 

요즈음 나쁜 여자 미실에게 빠져산다.

어디에서든 월요일과 화요일 9시55분엔 TV앞에서 리모콘을 잡는다, 

여행중이나 어느 곳, 어느 장소라도 안절부절이다.

몇 년 전 교보에서 읽어버린 미실을 다시 사들게 한 것도 "선덕여왕" 덕이다.

선덕여왕에서 역사적 배경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미실"의 고현정의 연기력에 빠졌다고해도 과언 아니다.

 

"떨어진 꽃은 줍지 말라 하였다. 봄에 피지 못하고 계절이 지나 홀연히 만개하는 능소화는 독이 있어

행여 떨어진 꽃을 주워 들었다 놓쳐도 그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말라 했다.

 눈이 멀어 버린다고 했던가, 눈이 멀어......

 

 

"시간이 지나도 가끔씩 이렇게 습격을 당한다. 끊어 내친 것이 아니라 잠시 참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중독의 속성처럼,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

 

"백만 개의 사랑이 곧바로 백만 개의 미움으로 둔갑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었다.

 단 하나라도 미움으로 변하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온전한 미움일 수 없었다."

 

 

 

미실"은 천 오백년 신라시대. 왕을 색으로 섬겨 황후나 후궁을 배출했던 모계혈통 중 하나인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태어나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 등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미색으로 사로잡은 미실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미실이 사랑을 빼앗기고 권력에 대한 의지와 욕망으로 가득 찬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 호방한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이 소설의 묘미인 거침없으면서도 다양한 성애 묘사는 예스럽고도 우아한 문체로 그려져 음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간 미실을 통해 여성의 운명과 여성성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미실을 통해 현대와 같은 성(性) 모럴이 확립되기 전의 신라로 거슬러 올라가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