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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

Chez simo 2009. 1. 3. 17:58



공항에서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평범한 남성 제롬 앙귀스트와 낯선이를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는 이상한 남자 텍스트로 시작한다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항의 한가로움을 방해하는 이상한 남자 텍스트로 텍셀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해 안달이다. 어떻게든 이 이상한 남자를 떼어내려는 제롬 앙귀스트는 차츰 이 낯선이가 털어놓은 쇼킹한 고백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우연히 묘지에서 만난 여인에게 반해버린 텍스트로가 그녀를 강간하고, 그후에도 잊지 못해하다가 10년 후에 우연히 그녀를 만나 살해했다는 섬뜩한 ‘범죄의 이야기’.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바로 그 여인이, 10년 전에 살해당한 자신의 아내라는 점에 경악해 하는 제롬.
 이 책의 제목 ‘적(敵)의 화장법(化粧法)’에서 화장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미용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다의적 차원의 일종의 ‘가면’, 즉 위장을 암시하기도 한다는 의미를 고려한다면 말이다.

다른 등장인물 없이 단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내용은 조금 황당하기도 하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본질을 파악해 나가는 이야기가 최근들어 내가 느끼고 있는 ‘또 다른 나’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새롭게 의미부여가 되었다.

제롬이 알지 못했던 폭력적이고 광기어린 또다른 ‘나’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죽음으로서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제롬’의 어리석음 역시 나에게는 굉장한 쇼크였다.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나는 이런 스타일의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든 일에 100% 적용되는 행동양식은 아니다. 나의 수 많은 행동가운데 비슷하거나 공통적으로 반복되었던 몇가지 사항만을 꿰놓아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스스로 결정내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그 외에 버려지는 수많은 일들은 누구의 일들인가? 그 역시 내 생각과 내 판단으로 나온 나의 일이라는 것이다. 단지 그러한 일들이 자주,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버려지는 나의 행동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때때로 그러한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과연 내가 이렇게 행동했단 말인가, 과연 내가 이렇게 말했단 말인가, 과연 내가 이렇게 표현했던 말인가…’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순간을 맞딱드리게된다. 

나는 과연 진짜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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