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 데라야마 슈지
20세기를 전력으로 앞질러 달리면서 시대를 도발했던 천재 예술가! 데라야마 슈지!
참으로 슬픈 사내다. 그리고 멋진 사내다.
그 슬픈 배경에서 가치관이 다른 한 사내가 태어났다.. 데카당스! 이 단어를 떠올리면 날 데카당스하다고 채찍질하던 교수님 한 분이 떠오른다. 슬프고 아픈 한 시절이 떠오른다.
여기에서 데카당스한 사내를 만나고 "앙드레 지드의 작품인 《지상의 양식》에서 지드는 스물여섯 살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다 읽고 나면 이 책을 던져버려라. 그리고 밖으로 뛰쳐나가라. 이 책이 너에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켜주길 바란다. 너의 곁에서, 너의 서재에서 그리고 너의 생각에서 벗어나라.” 그리하여 이책은 데카당스한 사내에게서 태어났다. 누군가에게 좋은 책이라고 읽으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도 내 속의 다른 나는생각한다. 괜찮은 책이라고...... 그의 영화를 보고싶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절대 보지 말기를 바라는 이율적 배반이 드는 책.
"나는 달만 쳐다봐도 눈물을 글썽이는 가련형의 여성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여성은 대체로 재수가 없다. 아무리 큰 재난이 닥쳐도 언제나 미소 짓는 여성들이 있다. 그런 여성에게서 진정한 슬픔을 발견할 때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연필로 사람을 벨 수는 없지만 말로는 벨 수 있지. 예전의 도박꾼들은 옆구리에 찬 칼로 사람을 찔렀지만, 오늘날의 영웅은 말로 사람을 죽이거든. 모든 이들이 말을 통해 타인과 접촉하는 세상이니까.”
나는 뭐든지 잘 버린다. 소년시절에는 부모를 버렸고, 홀로 기차에 올라탐으로써 고향을 버렸고, 동거하던 여자를 버렸다.
여행이란 ‘풍경을 버리는 행위’가 아닌가 싶다.
“멀쩡한 눈은 현실밖에 볼 수 없지만 감겨 있는 눈은 환상까지 볼 수 있다.”
자살로 취급할 수 없는 부류
1, 조루, 성기 短小로 고민하는 사내
2, 대학 입시에 실패한 사내
3, 롤링 스톤즈의 음악을 듣고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내
4, 치질로 고민하는 사내
5, 별다른 이유없이 사는 것이 싫어진 사내
6, 파친코에 미쳐 주위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사내
7, 의미란 무엇이며 무의미란 무엇인가? 체계화된 사상은 의식의사유화에 불과하며 1920년 이후
이데올로기는 늘 역사적인 체제의 조보물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목적에 맞게 무의미를
추구하고 자신의부르주아 사상에 한계를 느끼며......" 라는 식의 질문에 사로잡힌 사내
8, 숫총각, 숫처녀
9,저소득 노동자
10. 상어지느러미 수프를 먹어본 적이 없는 사내
11,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내
12, 다카쿠라 겐의 영화를 보고 부러워하는 사내
13, 공금횡령, 도산, 생활고 등에 시달리는 사내
14, 무좀에 시달리는 사내
자살은 인생을 허구화시키는 의식이자 연출법이 바탕이 된 축제이며 자기표현이고 성스러운 일회성이고
그리고 쾌락이다. 사는 자유와 죽는 자유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모방을 배척하고 엄격한
라이선스 규약을 만들어 특권계층의 점유물로 삼아야 한다.
내가 창녀가 되면
오카모토 아미
내가 창녀가 되면
가장 첫 번째 손님은 오카모토에서 온 다로라네
내가 창녀가 되면
이제까지 사모은 책들은 모두 헌책방에 팔아치우고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비누를 사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슬픔을 하나 가득 짊어지고 온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다로의 체취가 남은 내 방은 언제나 깨끗이 청소해놓고 미안하지만
아무도 들이지 않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태양 아래서 땀을 흘리며 빨래를 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안드로메다로 팔찌를 만들 수 있는 주문을 외우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누구도 범하지 못하는 소녀가 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슬픔을 견뎌낸 자비로운 마리아가 되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흑인에게 오월의 바람을 가르쳐주려네
내가 창녀가 되면
흑인에게 재즈를 배우려네
외로울 때는 침대에 누워 다로의 체취를 느끼고
기쁠때는 창가에 서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조용히 기다리며
공연히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지면
침대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머나먼 별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