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욕망의 모색

비루한 사랑 - 황규관

Chez simo 2008. 1. 30. 18:39



이제 애통한 사랑은 싫다
하릴없이 그늘 우거진 길가를 거닐 때
목적 없는 시간이 내게 허락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다
붉은 덩굴장미에서 떨어지지 않는 내 눈길
순간 뜨거운 색에 혼미해지는 정신이
너무 두려워졌다
당신의 절망과 광기를 안아 줄 힘이 없다면
오랜만의 느린 발걸음도 꽃무더기도 단지 기만일 뿐
그러나 이제는 세상에게 사기당하고 싶다
속아 사는 일, 그게 행복이란 말이지?
날 받아주지 않는 당신의 지독한 절망을
나는 언제 몸으로 아플 수 있을까
그런 다음 사랑의 체위는 완성되는 것
오늘은 딱 한걸음만
당신 쪽으로 기울어졌다, 비루한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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