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그림자들 - 파스칼 키냐르
마지막 왕국 1
* 독서에는 도착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독서는 방황이다.
* 나는 온 세상에서 휴식을 찾았으나 한권의 책과 더불어 구석진 곳이 아닌 어디에서도 휴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죽지 않으려고 들이마시는 공기 한 모금. 그 한 모금이 독서이다.
* 누가 자신이 사랑했던 것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잃어버린 것과 그 안에 있는 옛날까지도 사랑해야 한다.
사라져가는 자연 속의 동산까지, 그리고 에덴 동산 내부의 낙원까지도.
결핍을 사랑해야지, 결핍에서 벗어나려 애쓰지 말아야한다.
성이 다르다는 것을 사랑하고,
구멍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체를 사랑하고,
상실을 사랑해야 한다.
시간을 숭배해야 한다.
* 서로 연령이 다르고, 성이 다르고, 역할이 동등하지 않으면, 문명들이 섞일 수 없는 한 세계가 있다. 무지한 사람과 학식 있는 사람이 대등하지 않고, 말과 글이, 대종과 개별자가, 미개인과 문명인이 동일한 ‘목소리’를 지니지 않은 한 세계가 있다. 하나의 다른 세계가 있다.(확실히 키냐르나 키냐르를 칭송하는 소리를 내는 일단의 군중은 나와 또는 우리와 무관한 세계 - 지적 부르조아 속의 인간들이다)
아직 기록하지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겠다. 다행히 책은 얇다. 더욱 다행인 것은 글자 수가 퍽 적다는 것이다.
*권력은 경멸의 대상이고, 제도는 불명예이고, 신앙은 비겁함이며, 결속은 수치이고, 불복종은 미덕이며,
옛날이 야생성과 긍지일 수일 수가 있다.*
*혼이 이성을 사용하는 한, 영혼은 국가에 속하지 않고 그 자신에게 속한다.*스피노자
*킹칸나투스의 머리 속에는 오직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생각뿐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은자는 사막으로,
물고기는 물로,
독자는 책으로,
어둠은 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고독없이, 시간의 시련없이,
침묵에 대한 열정없이,
온몸으로 흥분과 자제를 느껴본 적 없이,
두려움에 떨며 비틀거려본 적 없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무엇안에서 방황해 본 적 없이,
동물성에 대한 기억없이, 우울함없이.
우울해서 외톨이가 된 느낌 없이
기쁨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