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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욕망의 모색

그 많은 밥의 비유 - 김선우


 

                                  

 

 


밥상 앞에서 내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 몸속이 여전히 깜깜할지 어떨지
희부연 미명이라도 깊은 어딘가를 비춰줄지 어떨지
아, 입을 벌리는 순간 췌장 부근 어디거나 난소 어디께
광속으로 몇억 년을 달려 막 내게 닿은 듯한
그런 빛이 구불텅한 창자의 구석진 그늘
부스스한 솜털들을 어루만져줄지 어떨지

먼 어둠 속을 오래 떠돌던 무엇인가
기어코 여기로 와 몸 받았듯이
아직도 이 별에서 태어나는 것들
소름끼치게 그리운 시방(十方)을 걸치고 있는 것

내 몸속 어디에서 내가 나를 향해
아, 입벌리네 자기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면서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네
공기 속에 살내음 가득해 아아, 입 벌리고 폭풍 속에서
비리디 비린 바람의 울혈을 받아먹네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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