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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욕망의 모색

우울한 거울 2 - 황지우

 



소비에트가 무너지던 날 난. 난
光州空港에서 일간스포츠를 고르고 있었지
내가 이 삶을 통째로 배신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져버렸다고 할까? 처음엔 내가 마흔 살이
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드라고
"개좆 같은 세기" 가 되어버린 거 있지.
물론 나더러 평양 가서 살라 하면 못 살지이.
그런데 왜 내가 그들보다 더 아프지?
나는 개마고원을 넘어가고 싶었어. 바로 오키나와로 갈 순 없겠지.
19세기에 태어날걸 그랬어, 이런 미래를 몰랐을 거 아냐.
옐친은 기분 나빠. 개좆 같은 세기; 그런데 왜
그들보다 내가 더 아프냐아?
걱정 마 노태우가 내 꿈에 나타나진 않아;
교활한 것보다 무자비한 쪽이 더 낫다 할까?
이상하지, 난 돈은 못 버는데 잘 산단 말야.
부패에서 올라온 거픔의 浮력이 나까지 뜨게 한 걸까?
개마고원을 종주하는 구름 그림자, 철쭉꽃 지대를 막 지나갈 때
그 눈부신 거 한번 보고 싶었던 거야, 나는.
지난 봄에 병원에 갔어. 웃지 마. 병명을 듣는 순간 기쁘데.
책을 편면 벌어지는 페이지에서 포르르르 나비가
날아올라. 어떤 악의에 찬 잉크 - 나비;
오키나와는 바람 위에 떠 있는 섬일 거야.
코에서 국수가 치렁치렁 나오는 꿈 ; 깨어났더니
문이 조금 열려 있고 불이 그대로 켜져 있쟎아.
누가 다녀갔나? (누가 다녀갔군!)
새벽 두시였고, 주방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얼른 닫았다니까.
뒤축 구긴 웬 구두가 들어 있는 거야.
그리고 여행사 광고가 떠올랐지. 머리빗 같은 야자수가
쓰러질 듯 휘면서 바람을 빗겨주는 섬;
요즘 부쩍 머리카락이 한움쿰씩 빠지는데,
그러니까 19세기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회하고 우회해서 내 정신 연령은 어떻게 된 줄 알아?
내 두개골은 불타버린 回路 같애.
휴즈 나간 사상; 야튼 난, 난
도마 위의 그 스테인리스 식칼을 두 눈 찔끔 감고 지나왔지.
때로 나는 내가 두려워! 내가 나를 어떻게 믿어?
쇠창살을 붙잡고 "내가 예수다"고 부르짖는 그 자의
머릿속에 내리치는 뇌성 번개를 난 이해해;
매일 아침이 오는 게 싫고 햇살이 지겨워.
난, 난 하루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그러면서도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절박한 거 있지.
난 空港에 또 늦은 거야; " 아, 12시 서울 KAL, 있어요?"
사방에 금연 표시가 되어 있고 신문 좌판대에선
옐친이 곧 실각할 거라 하는데, 내 머리는 무슨 가스 같은 것이
꽉 차 있는 것처럼 늘 머엉해.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방사쇠를 당기는 시늉을 하면서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지.
웃기지? 그렇게 하구서 "개좆 같은 세기야" 하고 중얼거렸어.
속으로 " 빵 !" 손가락을 당겼고 " 야  이 개좆 같은 새끼야 ! " 하고
외쳤어, 물론 거울 속의 입으로만 말야.
그리고 어떤 狂人은 聖者야. 하고 생각했어.
이제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다 만났다고 생각하는데도
왜 좋은 여자들은 계속 나타날까. 이런 의문은
가끔 비행기 탈 때면 들어.
고향에서 사느니 鄕愁가 더 나아.
백러시아? 개마고원? 오키나와? 갠지스 강?
수첩에는 알아볼 수 없게 볼펜으로 여러 번
지워진 이름들이 있지.
不在로 만드는 것; 그게 별것 아닌 내 힘이야.
용서해달라는 말도 필요없는.
용서한다는 말도 필요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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