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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욕망의 모색

서교동부르스 - 최영미 -

 

 

서교동 부르스





사랑은 가고
신파만 남았다.

(마음이 식었다고?)
식은 마음에 매달려 그래도 혹시?
혹시의 혹시라도 남아 있을까
눈치없이 더 뜨거워진 내 마음은
펄펄 끓는 애증으로 오늘도 밥을 말아 먹는다
자폭을, 자포자기를 꿈꾸는 밤

그에게 간다
실연을 확인사살하기 위하여
내가 아니라
내 발이 간다
心野의 황량한 벌판을 맨발로 달려
너의 굳게 닫힌 원룸으로 간다
언젠가 우리가 하나로 다정했던
그러나 지금은 날 거부하는 그 방으로 잠입하기 위하여

네가 보여주지 않은 너의 배후를 캐기 위하여
다른 여자의 향수냄새를 맡기 위하여
열쇠를 훔치고, 몰래 엿듣고, 화들짝 놀라 물러난다

그 팥알 같은 문구멍으로 새어나오는 불빛의 주인공이 되고파......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고파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용서하고파

(이것도 노래라고 부르니?)
실연으로 난 삼류가 되었다
서교동 부르스여, 못 말리는 신파여
타다 만 내 청춘의 마지막 불꽃이여

(한번만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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