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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타자의 시선

영영이별, 영이별









 

 

 우리는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어른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냉혹한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듯 당신이 필사적으로 내

좁은 품을 파고들 때면, 부끄럽기에 앞서 안쓰럽고 즐겁기보다

서러웠습니다. 우리는 사면초가의 형국에서 더욱 의지하며

열렬히 사랑하게 되었지만,

사랑할수록 그리운 서로를 보듬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사랑했습니다.

어느 왕과 왕비보다도, 남편과 아내보다도, 열에 들떠 뜨거운 정인들보다도.

하지만 그래도 더 사랑해야 했습니다.

고작 두 해 남짓의 짧은 동거가 백 년,

천 년까지도 대신하도록 하루하루를 잘게 쪼개어 사랑하여 보듬고 위로하여야 했습니다.

 

 

당신을 태운 사인교가 다리를 건너 멀어져갈 때

나는 차마 안녕이란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못 다한 사랑이 서럽고 아쉬워 발을 동동 구르며 울었지요.

끝끝내 이별의 인사를 건네지 못한 채,

우리는 영원히 열일곱의 소년과 열여덟의 소녀로 붙박여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영이별 다리라고 부른답니다.

당신과 내가 영영 이별하였다 하여 영영 건넌다리, 영도교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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