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욕망의 모색

성자의 권리 6 -이연주-


 

                                             이연주

 

나는 고집 센 옛건물이다

고압전류를 감춘 벽돌집말이다

벽돌은 오래 되어 금이 많이 갔다

모든 소리들이 밤이 되면 금간 벽돌 속으로 기어든다

사랑을 계약하는 음모의 속삭임

횡포가 심한 경적소리

삼키며 배설한다  악성순환의 골칫거리들

건물은 경련이 심한 만성장애자다

좌측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비상구 외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건 언제인지

팔꿈치가 나가고 무릎뼈가 나가고

몸통의 통사구조도 머지 않아 해체될 것이다

자가 폭발 직전이다

초조한 나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쥐어본다

수상쩍다 온기가 있다

녹슬어버린 철근 속 바람이 자고 있는 걸까?

흰 뭉게구름이 한 때 흔들리던 나뭇가지가?

잘 모르겠지만 건물도 이쯤 헐어빠지다 보면

제 몸의 체온을 갖게되나 보다

부서진 벽돌은 다시 흙과 반죽이 되고

이 자리엔 새로운 건물이 설 것이다

소멸과 생성----

자꾸 잊어버려서 그렇지 어떤 책자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그것은 진리로 쓰이고 있다


 

이연ㅈ주_1129318318527.jpg
0.02MB

'詩, 욕망의 모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장론 - 최영철-  (0) 2005.11.12
다시 왼손가락으로 쓰는 편지 -고정희-  (0) 2005.10.25
未忘, 혹은 備忘 1 -최승자-  (0) 2005.10.14
수자의 편지 -이윤택-  (0) 2005.10.03
  (0) 2005.09.20